[중앙일보]정부, 노인 일자리 8만 개로 늘린다는데 … 현장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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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만원 7개월 근무
절반 이상이 허드렛일
정년 퇴직 후 아들과 함께 사는 박모(67.서울 천호동)씨는 지난해 10월 동사무소와 구청에 가서 일자리를 얻으려다 "할아버지는 집에 가서 쉬시라"는 타박만 받았다.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도 두 번이나 이력서를 내봤지만 연락이 없었다. 박씨는 "정부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준다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도무지 실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올해 1106억원(국고 520억원, 지방비 586억원)을 투입해 65세 이상 노인에게 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1일 발표했다. 지난해(3만5000개)의 2.3배나 되는 규모다. 일하는 기간도 7개월로 지난해보다 1개월 늘렸다. 그러나 정작 \'수혜\' 대상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노인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는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전체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 근로기간 짧고 만족도 낮아=미군부대에 다니다 2000년 퇴직한 전종문(69)씨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미국까지 갔었다. 부인의 건강 때문에 귀국한 전씨는 2004년 8월 도봉구청에서 알선한 재활용 쓰레기 수거일을 하게 됐다.
전씨는 그러나 한 달 만에 그 일을 그만뒀다. "성취감이나 재미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전씨는 현재 도봉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노인 빨래방\'에서 일한다. 그는 "세탁 기계를 직접 조작하고 거래처 직원을 상대하니까 직장에 다니는 느낌이어서 신이 난다"며 "월수입도 쓰레기 수거(20만원)보다 두 배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가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는 지하철 택배나 빨래방 등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일부 자립지원형을 제외하곤 최대 월 20만원을 지급한다. 그런데 절반 이상은 단순 작업인 공익형 일자리여서 용돈을 벌기 위한 취업자에겐 \'일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반면 생활비가 빠듯한 노인에겐 취업 지속 기간이 6, 7개월에 그쳐 안정성이 떨어진다. 한 사회복지사는 "예산 집행 일정상 공백기가 대부분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겨울철이어서 노인들이 이중고를 겪는다"고 말했다.
◆ 불합리한 재원 배분=지난해 말 열린 서울시의 노인 일자리 회의에서 노원.중랑.관악구 담당자들은 머쓱해졌다. 서울시가 노인 인구 비례를 감안해 산출한 2006년 적정 일자리는 3개 구가 각각 510~780개였다. 그러나 정작 해당 구에선 절반 수준인 224~380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뿐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월 20만원씩 주는 노인 급여를 국비 30%, 시비 35%, 구비 35%씩 분담해야 하는데 구 살림이 빠듯해 분담금을 많이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분담 비율이 자치구의 재정 자립도에 관계없이 일괄 적용돼 나타난 부작용이다.
◆ 다양한 일자리 발굴해야=최성재(사회복지학) 서울대 교수는 "지방의 재정 자립도를 반영해 중앙 정부가 지원을 차등화해야 한다"며 "일자리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유지.관리를 제대로 해야 돈 쓰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이를 감안, 우선 노인들의 만족도나 생산성 등이 떨어지는 공익형 일자리의 비율을 지난해 65%에서 올해 55%로 줄이고 점차 더 줄여나가기로 했다. 대신 복지형 일자리는 지난해 5%(1750개)에서 올해는 15%(1만2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김정수.김영훈 기자
*** 바로잡습니다
2월 2일자 1면의 \'월 20만원 7개월 근무-절반 이상이 허드렛일\' 기사에서 제목의 \'허드렛일\'은 사전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일, 잡역\'이라는 뜻입니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공익형 일자리가 거리의 쓰레기 수거와 같은 단순 노동이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일의 성취감 등을 주기엔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도 이 사회에서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인데, 그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을 폄하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그 표현에 마음이 상하신 분들이 계신다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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